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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대빵이의 일상일기

[대빵이의 병원이야기] 힘들었던 것은 잊고, 마음만은 기억해주시길!

대빵이. 2019. 2. 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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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힘드시겠지만, 보람차시겠어요.

 

그냥 힘들고, 힘들다는 생각뿐...사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보람을 느낀 적은 많지 않다.

 

외과중환자실이나 심장계 중환자실 환자들과 달리, 내과 중환자실은 대부분 만성 환자들로 여러 복합적인 질병들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증상이나 한 가지의 악화된 질병에 대하여 치료가 되는 중이라 해도 새로 감염된 균이나, 원래 앓고 있던 다른 질환에 의해 다시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반짝 좋아 지셨다가도 안좋아 지셔서 결국 운명을 달리 하시는 경우가 많다. 10명이 입원한다면, 두 세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보통의 경우 그렇다.

 

그래서 인지 상태가 좋지 않았다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병실로 가시거나 퇴원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기억에 많이 남곤한다.

 

최근에 담당하게 된 환자분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오른쪽 폐가 막혀 거의 없다시피 했던 분이었다.

정상인의 가슴 x-ray사진을 보면 뼈, 심장을 제외하고 폐가 있는 부분은 공기가 들어있어 까맣게 보이는데 이분의 경우는 오른쪽의 폐가 기능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른쪽은 정말 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처음 오셨을 때는 인공호흡기가 거의 최대 치로 도와 주고 있는데도 자세 변경을 하거나 가래를 빼드리면 산소수치가 70%까지 후두둑 떨어졌다.

떨어지는 산소 포화도에 내 가슴도 철렁 철렁 했다.

 

보통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게되면 진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여 환자분을 덜아프게, 쉬게 해드리곤 하는데 환자분은 꽤 많은 진정제가 들어감에도 의식수준이 또렷하셨다. 하루하루 날짜도 기억하고 계셨다.

오른쪽 폐가 많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왼쪽으로 돌아눕는 자세를 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왼쪽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가 눌려서 아픔에도 불평하지 않고, 몇시간이고 항상 그 자세를 유지하셨다.

또, 발관 위험성 때문에 적용하게 되는 신체보호대도 풀어달라 한번도 요구하신적이 없으셨다.

 

환자분은 몸에 삽관되어 있는 여러 튜브와 관, 신체보호대에 힘든 상태로 계셨지만 의지를 갖고 버티고 계셨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든 기색없이 치료에 협조해주시는 환자분에게 감사했고 불편한 것은 한번도 표현하지 않으셔서 되려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항상 근무가 끝나기 전, 환자분의 손을 잡고 '좋아지실거에요. 힘드신데 잘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 항상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거려 주셨다. 몇 일 간 이 환자를 담당하면서 좋아지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말했던 것 같다.

 

매일 출근하면 그분의 x-ray를 먼저 열어보았다.

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오른쪽 가슴에서 갈비뼈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의 갈비뼈가 보인다는 말은 오른쪽의 폐에도 공기가 순환된다는 것. 상태 호전을 뜻했다.

 

정말 짧은 시간안에 호전되어가고 있었다. 너무 기쁜나머지 싱글 벙글 웃으며 환자분께 너무 좋아지셨다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항상 그렇듯이 무덤덤하게 끄덕 거리기만 하셨다.

 

이렇게  급속도로 좋아져, 1주일 만에 환자분은 기도삽관 튜브를 제거하셨다.

그 이후에는 다른 환자분을 담당하게 되어 지나가면서 인사만 했지만 마음속에 항상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되었다.

 

몇 일 후 병실로 이실가시게 되어, 잠시 인사를 나눴는데 환자분께서 '섭섭해서 어떻게 해요~' 라며 웃으셨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계시면 안되죠. 다시는 오지마세요!' 라며 함께 웃었다.

 

보통 중환자실에서의 환자분들의 기억을 물어보면 정말 지옥같은 곳,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하신다. 혹은 혼돈상태에 계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이번에 좋아지셔서 가셨던 환자분께도 중환자실에서의 기억은 아마 좋지 않을 것이다. 정말, 아프고 힘들고 괴로웠었기에...

 

그래도 좋아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간호했던 나의 마음은 전해졌기를, 그 마음은 기억하시길 바래본다.

 

오늘은 간호사로서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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