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좀 깎아 주세요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때였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 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나는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